고태환은 고두섭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이미 소실된 몸의 일부분들은 복원할 수 없다.
단지 고태환의 실로 이뤄진 임시방편에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고두섭은 힘이 없는지 갈라지는 목소리로 희미하게 말한다.
“태환아.. 다시 너의 얼굴을 보니 참 좋구나. 마지막 가는 길에 선물을 받은 것 같구나..”
고태환은 대답한다.
“아버지.. 마지막 가는 길이라뇨 무슨 말씀이세요. 일어나셔야죠.
고두섭의 힘겹게 뜬 눈에는 눈물이 찰랑찰랑 넘칠 듯이 차있다. 그리고는 미소를 띠며 말한다.
“태환아, 은하야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있단다...”
고은하는 고두섭의 가슴에 와락 안기며, 흐느끼며 말한다.
“아빠... 아빠...”
고두섭은 말을 잇는다.
“사실은 말이다. 아빠는 결혼한 적이 없단다. 하지만 너희는 두말 할 것도 없는 내 아이란다. 신기하지 않니?”
고태환은 아버지를 보고 있다가 이내 눈을 슬며시 감으며, 고개를 돌린다. 고은하는 어리둥절하며 아버지를 본다.
고두섭은 고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기억의 회상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2045년 무더운 여름날의 이야기다. 젊은 고두섭이 보인다. 옆에는 친구로 보이는 2명과 함께 병원에 있다.
환자복을 입고 있는 고두섭은 교통사고로 인해 입원을 했었고 오늘은 퇴원하는 날이다.
환자복에서 평상복으로 환복을 하는 중 한 친구가 고두섭에게 말을 한다.
“두섭아 퇴원기념으로 소개팅 잡았다. 바로 같이 가는 거다.”
고두섭이 그 말을 듣고 대답을 한다.
“오~ 짜식 쓸 만한데? 근데 나 오늘 술 먹어도 되냐?”
친구가 대답한다.
“김칫국 마시기 있기? 없기? 밥만 먹고 퇴자일수도 있단 사실”
고두섭이 대답한다.
“내 인생에 실패란 없다 이기야!”
짤막한 잡담을 나누며, 병실을 나간다.
장소는 바뀌어 3:3 미팅이 한창인 듯 조용한 바이다. 주변엔 아무도 없고 단 이 6명뿐인 자리다.
그 중 고두섭과 분위기가 좋은 한명이 있다. 이상하게 여자 3명은 고두섭에게만 관심이 쏠려있다.
미팅이 끝이 났고, 여자들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남자들만 남은 술집은 고두섭의 친구가 하는 바(BAR)였다.
고두섭은 친구에게 말한다.
“야 어때 연락처는 받았냐?”
친구는 고두섭에게 대답한다.
“아니 못 받았어.. 크크크(웃음) 넌 받았냐?
고두섭도 멋쩍게 웃으며 말한다.
“나도 못 받았단 말이지”
그때였다. 고두섭과 분위기가 좋았던 여자가 다시 들어온다. 지하였던 바의 계단 위에서 고두섭에게 손짓하며 부른다.
고두섭의 친구가 고두섭의 엉덩이를 치며, 윙크를 한다.
고두섭은 바의 계단위로 올라가 여자를 만난다.
갑자기 여자는 고두섭에게 키스를 한다. 한참을 그렇게 키스를 한 후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타고 떠난다.
다시 바에 내려간 고두섭은 친구에게 자랑을 한다. 다른 친구 한명은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보이지 않던 친구가 내려와서 굳은 표정으로 다른 친구에게 말한다.
“프로젝트는 실패야. 떠난다.”
고두섭과 함께 있던 친구도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리고는 이내 고두섭의 뒷목을 손날로 친다.
고두섭은 기절을 한다. 기절을 하려는 그 찰나에 친구의 모습이 마치 거미처럼 보였다.
기절했던 고두섭의 얼굴에 무언가 떨어진다. 그 충격에 고두섭은 기절에서 깨어난다.
고두섭의 있던 바는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탈출하려 하는데 얼굴로 떨어진 무언가를 보게 된다.
그건 다름 아닌 거미줄에 칭칭 감긴 알이었던 것이 아닌가? 깨진 알에는 간난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면서도 고두섭은 아이를 안아 올라가고 있다.
그 때 불 속에 불이 붙은 알이 하나 더 있는 것이 아닌가?
깨진 알 틈새로 아이가 하나 더 보인다.
고두섭은 안고 있던 아이를 본다. 바로 앞에 가방이 있었다. 아이를 가방에 넣고, 잠시 안전한 곳에 내려놓은 후 불속으로 뛰어 든다.
그 때 불이 붙은 천정이 떨어지면서 알로 떨어지려는 하였고, 고두섭은 자신의 몸을 날려 아이를 보호하고 반신에 화상을 입은 채 나왔다.
걸려있는 코트에 아이를 감싸고 울고 있는 아이 둘을 데리고 나온다.
회상은 끝이 나고 다시 현실이다.
고두섭은 고태환, 고은하에게 말한다.
“그렇게 태어난 거야 너희들은.. 이 애비가 똑바로 살지 못해 너희에게 짐을 준 것 같구나..”
고두섭은 자신의 왼쪽 가슴에 있는 작은 수첩을 고태환에게 준다.
“태환아 이제 그만 하렴. 애비는 지금 몸이 부식되고 있단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단다.. 이거 받거라”
고태환은 무서운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눈물이 맺혀있다. 그리고는 고두섭이 준 수첩을 받아든다.
고두섭은 말한다.
“우리 혜지 못보고 가는게 너무 아쉽구나. 태환아 은하하고 혜지하고 네가 꼭 지켜주거라”
그리고는 눈을 감지도 못하고 숨을 거둔다.
인간의 모습이 아닌 모습으로 숨을 거둔 고두섭의 눈을 고태환이 감겨주며 말한다.
“예, 아버지 제가 꼭 지켜 보이겠어요.. 편히 쉬세요.
고두섭, 고은하, 폼필리대의 모든 이는 고두섭의 주변에서 그의 죽음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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